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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추석 연휴 동안 먹은 음식 모음 (ft. 엄마표 밥상)

by 탁슬탁슬 2021. 9. 26.

추석 연휴 동안 엄마가 차려준 밥상 모음

 코로나때문에 2년 동안 부모님 댁에 찾아뵙지 못하였다가 이번 추석에 드디어 부모님 댁을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뵌 부모님은 2년 동안 많이 늙어버리셔서 조금 속상했습니다. 아기들이 어릴 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듯 부모님도 나이가 드시니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시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 번씩 부모님이 점점 나이가 들어가신다는게 느껴질 때는 겁이 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나이는 들었어도 아직 어린애인지 언젠가 다가올 미래가 아직 무섭습니다.

 

 추석 연휴동안 오랜만에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마음껏 먹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당연하게 매일매일 받아먹던 밥상이 다 크고 나니 아주 소중한 것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오늘은 이제는 자주 먹지 못하는 엄마표 밥상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우럭구이-골부리국
우럭구이, 골부리국

 메인은 우럭구이와 골부리국입니다. 양념게장도 있긴 하지만 밑반찬으로 먹습니다. 우럭구이는 우럭을 그냥 구운 거라 특별한 맛은 없습니다. 하지만 객지 생활을 하는 저는 생선을 자주 접할 수 없기 때문에 오랜만에 먹는 거라 맛있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골부리국은 표준어로는 다슬기국? 다슬기탕?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국인데요. 어렸을 적에는 시골집 강가에서 밤에 라면 끓이는 사이즈의 냄비 하나를 꽉 채울 정도로 많이 잡았었는데요. 하지만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시원한 느낌의 해장국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드셔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탕국-돔배기
탕국, 돔배기

 골부리국은 또 나왔네요. 하지만 이번 메인 음식은 탕국과 돔배기입니다. 도라지 무침과 양념게장 사이에 있는 맑은탕이 탕국이고 바로 대각선 아래에 있는 하얀 고기가 돔배기입니다. 돔배기는 상어고기를 뜻하고 탕국은 상어의 껍질과 약간의 살코기를 무와 함께 맑게 끓인 탕입니다. 제가 탕국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골부리국과는 다른 좀 더 바다내음이 가득한 맑은탕입니다. 그리고 돔배기는 보통 조리방법이 쪄서먹는것인데 돔배기를 쪄버리면 안 그래도 퍽퍽한 고기가 수분까지 다 빼앗겨 엄청나게 퍽퍽한 고기가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저희 집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조리해 먹는데요. 탕국을 거의 다 끓여 갈 때쯤 돔배기를 탕국에 섞이지 않게 하나하나 넣어 삶아서 조리합니다. 조금 귀찮아 지기는 하지만 아주 촉촉하고 맛있는 돔배기가 됩니다.

장어구이-회장어구이
장어구이, 회, 라면

 집 마당에서 숯불에 민물장어도 구워먹었습니다. 숯불에 구우면 뭐든 다 맛있지만 민물장어는 비싸서 그런가 특히나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회는 밀치와 가자미회인데요. 원래 밀치, 우럭, 광어를 주로 먹는데 웬일인지 우럭, 광어는 안 사 오고 가자미회를 사 오셨습니다.

 

 

 다들 우럭, 광어, 가자미는 대부분 아실 텐데 밀치는 생소하실 겁니다. 밀치는 바다에 서식하는 숭어과 물고기인데 우럭, 광어보다는 저렴하지만 개인적으로 식감은 밀치가 더 좋다고 생각됩니다. 회는 대부분 물렁물렁한데 밀치는 아삭함이 있습니다. 안 드셔 보신 분들은 꼭 한번 드셔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후식으로 깔끔하게 라면도 먹어주었습니다.

짜장밥-고등어구이
짜장밥, 고등어구이

 바닷가 사람이라 그런지 매 식탁마다 생선이 빠지지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는 매일매일 생선을 먹었었던것 같습니다. 고등어는 간고등어여서 짭조름하니 맛이 좋았습니다. 짜장밥은 직접 춘장을 볶아서 조리해주십니다. 개인적으로 중국집 짜장소스보다 엄마의 짜장소스가 더 맛있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렸을때는 면만 마트에서 따로 사서 집에서 짜장면을 만들어 먹었었습니다. 투박해 보이지만 짜장 소스의 구성중 8할이 소고기입니다. 아주 푸짐한 짜장 소스입니다.

묵은지쪽갈비찜쪽갈비묵은지찜
묵은지쪽갈비찜

 이번 음식은 비주얼이 조금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리한 양 대비 냄비가 너무 큰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맛은 아주 좋은 묵은지쪽갈비찜입니다. 우선 김치가 직접 김장을 하고 묵힌 김치기 때문에 맛이 아주 좋습니다. 고기도 아주 탱글하고 야들야들한 국산 돼지갈비입니다. 우선 저희 집 묵은지가 아주 맛이 좋기 때문에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묵은지쪽갈비찜 이었습니다.

 

달래된장찌개
달래된장국

 이번 메인 음식은 달래된장국입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진들에 나오는 소채류들의 90%는 저희 밭에서 직접 기르신 유기농 소채류입니다. 달래도 밭에서 가져와 된장찌개를 끓였습니다. 달래는 향이 참 좋아서 뭘 해 먹든 다 맛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된장찌개에 넣고 끓이는 게 가장 맛있는 것 같습니다. 된장찌개를 한번 먹을 때마다 달래 향이 가득 퍼져 정말 좋습니다.

매운탕매운탕
매운탕

 회를 살 때 매운탕거리를 요청하시면 직판장에서는 공짜로 챙겨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직판장에 단골집이 있기때문에 항상 회를 살때 매운탕거리를 같이 받아 옵니다. 매운탕은 생선 머리에 살코기가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어두일미라는 말이 있듯이 매운탕에서는 머리가 가장 맛있습니다. 얼큰하고 시원한 매운탕이었습니다.

갈치조림갈치조림
갈치조림

 또 생선입니다. 갈치조림인데요. 정말 생선은 원 없이 먹고 온 것 같습니다. 갈치조림은 제주도 갈치조림이 최고지만 그래도 나름 살도 통통하고 먹기 좋았습니다.

 

 

 갈치는 다른 생선들에 비해서는 가시를 발라내기가 조금 귀찮지만 그래도 맛은 훌륭한 것 같습니다. 바닥에 깔아 둔 무가 간이 잘되어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조림류는 무를 바닥에 많이 깔아 두시면 무에서 수분이 많이 나와 물 없이도 충분히 조림을 할 수 있고 맛도 더 좋습니다.

소고기오징어볶음
소고기, 오징어볶음

 소고기는 원래 숯불에 먹자고 하였는데, 제가 숯불에 굽기 귀찮아서 안에서 먹자 하였습니다. 부위는 살치살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프라이팬에 구워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오징어볶음은 매콤하니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소채류들에 간이 정말 진하게 배어있어 밥을 비벼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원래 밥 비벼먹으라고 해주신 건데 소고기도 있어서 그냥 따로 먹었습니다.

한우-떡갈비한우-떡갈비
한우 떡갈비

 이건 식사는 아니고 간식으로 해주신 건데요. 한우 꽃등심, 살치살 그리고 기억 안 나는 부위 총 3가지의 고기를 직접 칼로 다지셔서 뭉쳐 만든 한우 떡갈비입니다. 한우를 때려 넣었으니 맛이 없으래야 없을 수가 없는 떡갈비입니다. 우선 소고기 육즙이 가득하여서 별다른 소스를 바르지 않아도 맛있었습니다. 시중에 파는 일반적인 떡갈비는 명함도 못 내밀 맛이었습니다.

해물탕
해물탕

 뭔가 좀 빈약해 보이는 해물탕 같은데요. 실제로는 조개류들을 전부 손질하고 끓인 해물탕이어서 안에 조갯살들이 아주 가득가득합니다. 국물반 조갯살 반입니다. 보기에는 안 이쁠지 몰라도 먹기에는 이게 훨씬 편합니다. 국물도 껍질이 있는 해물탕보다 더 시원합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지만 해물탕은 개인적으로 손질이 다된 해물탕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오리백숙오리백숙
오리백숙

 마지막으로 오리백숙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푸우욱 고아 내서 살이 야들야들했습니다. 몸보신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음식이었습니다. 먹기 좋게 대추나 가시나무 같은 부재료들은 다 걷어낸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닭백숙보다는 오리백숙이 국물도 더 깊은 맛이 나고 고기도 더 쫄깃하여 훨씬 맛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 외에도 중간중간 간식으로 파전이나 만두, 각종 전들을 해주셨지만 먹기 바빠서 사진으로 다 남기지는 못하였습니다. 이번 추석 명절에는 정말 원 없이 엄마표 밥상을 먹고 온 것 같습니다. 물론 일상생활로 돌아와서 며칠만 지나면 또 먹고 싶어 지겠지만 힘내서 다가올 설날까지 버텨봐야겠습니다.

 

 항상 이렇게 아낌없이 맛있는 밥상을 차려주시는 부모님께 언제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천년만년 아프지 않으시고 건강하게 살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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